지구촌

체르노빌의 개들이 알려주는 방사선에 대한 것

오델리아 2023. 3. 10. 13:32

인류 역사상 최악이라는 방사선 오염을 일으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주변이, 인간이 사라지면서 동물들의 낙원이 되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다.

Science Advancedes(2023년 3월 3일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원전 사고 이전 주변에서 키우던 개들의 후손들도 출입금지 지역에서 씩씩하게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낮은 수준의 방사선을 장기간 쬐는 것이 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체르노빌의 개들은, 그것이 우리의 유전자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는 중요한 단서라고 한다.

 


■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의 여파 

1986년 4월 26일 새벽, 당시 소련령이던 우크라이나 도시 체르노빌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면서 대량의 방사성 물질이 방출, 그로부터 몇 달 사이에 발전소 노동자와 달려온 소방관을 비롯한 약 30명이 방사선 중독으로 사망했고, 주변 지역에서는 식물이 말라가고 곤충이 죽는 등 다양한 직접적인 피해가 났다.

또 주변에 살던 수천 명의 주민들이 대피했고, 애완동물로 키우던 개들도 버려졌다.

그로부터 며칠 뒤, 버려진 동물들은 소련 당국이 보낸 처리반에 의해 살처분 되었고, 동물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함으로써 방사능 오염을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

하지만 개중에는 죽임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개들도 있었다는.

 


■ 체르노빌의 위험지역에서 계속 살며 자손을 남긴 개들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진화생태학자 티모시 무소 씨는, 2017년부터 자원봉사 수의사로, 체르노빌 인근 출입금지구역에서 사는 300마리가량의 들개들을 진찰해왔다.

진찰 중간에 채취된 채혈 샘플의 DNA에서는, 어떤 의외의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는데, 체르노빌의 개들은 어디선가 이주해 온 것이 아니라 원래 그곳에서 살던 개들이었던 것이다.

 


그 유전자를 동유럽 들개의 것과 비교해 보니, 발전소 주변 개들은 원전 사고 이후 수십 년 동안 고립돼 살아온 것으로 판명된 것. 사고 초기에는 개가 이동하면서 오염이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돼었지만, 그런 일이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버려진 개들은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환경에서 살아남아 후손을 남길 수 있었던 것이다.

사고 현장에서 불과 15km 떨어진 곳은, 체르노빌 시의 10~400배에 달하는 세슘 137로 오염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개들은 씩씩하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 체르노빌의 개가 저수준 방사능 오염의 영향을 알려준다

원전 사고로 인한 저준위 방사성 물질 오염이 체르노빌 개들에게 미친 영향은 앞으로 조사될 것인데, 원자로 주변의 왕제비와 미파리에서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출입금지지구의 개에게 일어난 유전적인 변화 중 어느 것이 방사선에 의한 것이며, 어느 것이 그 이외의 요인(근친교배나 방사성 물질 이외의 오염 등)에 의한 것인지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곳에서 사는 개의 조상에 대한 정보와 체르노빌 개들이 받아온 방사선 수준에 대한 데이터는 향후 연구를 진행하는 데 적합한 소재라고 무소 씨 등은 생각한다.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무소 씨 등은 이 지역에서 연구를 계속하려 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를 찾는 사람이 줄면서 음식물이 나오지 않게 된 개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난국을 겪고 있는 것 같다.

무소 씨 등은, NGO와 협력해 그런 개들을 지원하기도 한다.